엿가락 횟수·꽈배기 스토리책임 팽개친 ‘시청률 면죄부’
![[TView]‘조강지처클럽’, 엿가락 횟수·꽈배기 스토리 ’전파공해’](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8/31/20080901.02500102000007.01L.jpg)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이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있다. 최근 수없이 연장을 거듭해 104회로 늘어났다. 이쯤되니 드라마의 스토리도 뒤틀리고 늘어졌다.
스토리를 꽈배기처럼 꼬아놓은 작가와 사회도덕률을 비웃게 만든 PD, 이들에게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면죄부를 준 시청자의 합작품이다. 물론 방송사와 방송담당 기자들 역시 수수방관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불고지죄’가 되겠다.
“말도 안되는 드라마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TV 앞에 앉아 있다”는 한 시청자의 하소연처럼, 주말을 점령한 이 통속드라마는 여러가지로 거침(?)이 없다. 신파·법정·코미디·미스터리로 변주되면서 시청자들을 중독시킨다.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100회를 넘겼다면 시청자의 가슴에 뭔가 남길 법도 하건만 그런 시도는 애시당초 없다.
최근의 스토리는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 외도를 거듭하던 이기적(오대규)은 전처 한복수(김혜선)의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며 재혼에 제동을 걸고, 복수와 재혼을 앞둔 길억(손현주)은 전처 정나미(변정민)의 눈물 어린 호소에 마음이 흔들린다. 두 사람에겐 이미 비밀이 생겼다. 어려움을 겪었기에 더 소중히 준비해야 할 재혼의 유통기한은 불순물로 인해 용도폐기 직전이다. 도대체 이들의 미스터리한 내면과 스릴러한 미래, 허탈할 시청자들의 정신적 충격은 어찌하란 말인가.
구세주(이상우)는 세상을 구하기는커녕 두번이나 자동차 사고와 연관되며 자기 목숨 구하기에도 바쁘다. 구사일생이란 캐릭터명이 더 어울린다. 나화신(오현경)은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의 존재 이유지만, 앞으로 전개될 드라마에서는 역으로 ‘구세주 연인 구하기’에 나서지 않을까 추측된다. 그녀 역시 화타로 개명하는 게 어떨까.
한원수(안내상)와 나화신·한원수와 모지란(김희정)·모지란과 하지만(김하균)의 불륜 쌍곡선, 그리고 한원수의 아들인 철이와 모지란의 딸인 진주의 방황은 드라마를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한원수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캐릭터다. 불륜을 넘어 패륜에도 당당하다. 혹여 일부 남성 시청자들이 한원수만 닮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들은 이혼하지 않았다. 1대인 한심한(한진희)과 안양순(김해숙), 2대인 한원수와 나화신 외에 곁가지인 모지란과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100회 가까이 보인 그들의 전횡은 무엇인가. 가만히 이들을 보고 있자면, 그 이면에 일부다처를 선동하는 음모가 서려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조강지처클럽’에는 이미 ‘조강지처’가 없다. 백번을 양보해서 시청자들이 바라는 ‘재혼지처클럽’에 대한 희망도 예측불가능하다. 이 미스터리의 끝은 어디인가? 100회를 넘겨 대하드라마의 모양새를 갖췄으면, 시청자의 가슴에 남길 무엇인가는 마련하는 게 맞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공공재인 전파를 그 정도 사용했으면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몰상식한 드라마를 만들다 보니 제작자들도 정신을 놓은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