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연애결혼’
1992년에 20대 전후였던 여자들은 드라마 ‘질투’에 열광했다.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니’로 시작하는 주제가가 심장 박동을 빠르게 했고, 당시에는 신세대 스타였던 최수종과 최진실의 엇갈리는 사랑이 애간장을 태웠다. ‘질투’로 시작된 트렌디 드라마 열풍은 대단했다. 10~20대 스타를 내세워 신세대의 사랑과 라이프 트렌드를 감각적인 화면과 빠른 템포로 보여주면서 영상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경쾌한 배경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인기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나오기만 하면 ‘대박’이었던 트렌디 드라마는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열기가 사그라들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전국적인 영향을 끼치는 트렌디 드라마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용감하게 출사표를 던진 KBS2 월화 드라마 ‘연애결혼’도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와 커플 매니저의 사랑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에 패셔니스타 김민희를 내세웠지만 한자릿수 시청률에 멈춰있다.
트렌디 드라마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획일적이고 진부한 소재와 상황 설정, 반복적인 캐릭터의 재방송 때문이다. 뒤늦게 공항으로 뛰어가지만 엇갈린다거나, 휴대 전화를 집에 놓고 나가 연락이 안되는 답답한 상황을 지금의 20대 시청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매력적인 방해자가 나타나 엇갈리는 주인공들의 사랑에 시청자들의 속이 터진다.
또 트렌디 드라마 열기를 이끌었던 20대가 이제는 TV를 보지 않는다. 지금 채널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시청자들은 30~40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다.
요즘은 진부한 공식을 답습하지 않는 ‘변종’ 트렌디 드라마가 각광받고 있다. 윤은혜와 공유가 주연했던 ‘커피프린스 1호점’은 남자 행세를 하는 여자와 그녀를 남자로 아는 남자의 사랑을 그려 호평을 받았다. 동성애 코드를 살짝 건드려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최진실과 정준호가 등장한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남자 톱스타와 평범한 아줌마의 사랑. 40대를 위한 트렌디 드라마라는 변주로 인기를 모았다. 결국 새로운 소재와 구성을 내세우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트렌디 드라마의 전성기는 다시 도래하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