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강호동
지난 16일 KBS 홍보팀이 ‘이상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번 가을 개편에서 외부 MC를 내부 MC로 교체하면서 연간 25억원의 제작비를 절감했다는 내용. 발표에 따르면 강병규·김제동·김학도·손범수·박미선·김영철 등 11명의 TV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하면서 출연료만 1주일에 3655만원, 1년에 19억여원을 절감했다는 것. 라디오도 장영란·박인규 등 6명을 내부 진행자로 교체하면서 1주일에 1070만원, 1년에 5억5640만원을 아끼게 됐다는 설명이다.
제작비를 절감하면서도 양질의 프로그램을 방송한다면 박수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들에 비해 출연료가 훨씬 높은 강호동과 유재석은 이번 개편에서 유임됐다. 강호동은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진행 마이크를 계속 잡게 됐고, 유재석도 KBS2 ‘해피투게더’ 진행자로 남게 됐다. 두 사람은 방송 출연료 순위 최상위권에 올라있는 비싼 몸들이고 강병규나 김제동의 출연료에 비해도 1.5~2배 정도 높다. 윤도현 등의 출연료에 비하면 5배가량 비싸다. 제작비 절감 측면이라면 가장 먼저 교체되어야 할 두 사람이 오히려 계속 진행을 맡고 있는 것. 그 속내에는 이들의 이름을 프리미엄으로한 높은 시청률을 포기할 수 없다는 계산이 숨어있다. 결국 시청률이 잘 나오는 비싼 MC들은 그대로 놔두고 다른 외부 진행자들만 교체한 생색내기 개편이었던 셈이다.
KBS가 가을 개편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일부 외부 MC들의 교체가 아니었다. 국민의 시청률로 얻은 수입으로 방만하게 경영한 데 대한 체질개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성윤환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연주 전 사장 재임 동안 1049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창립기념일에 총 81억여원에 달하는 직원 선물비를 지출했다”고 밝히며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일부 MC 교체로 절약한 예산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액수다.
KBS의 인건비성 경비 비중이 37.8%로 타 방송사(MBC 25.2%, EBS 24.7%)에 비해 높다. 일각에서는 “프로그램 외주 제작비율은 높아져 가는데도, 상위직급 PD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야말로 KBS가 그동안 경영을 방만하게 해왔다는 증거”라고 비판하고 있다.
방만한 경영에 대한 체질개선이 필요한 시점에서 일부 외부 MC를 교체해놓고 보도자료를 통해 생색(?)을 내는 KBS를 계속해서 ‘국민의 방송’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