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막 내린 ‘조강지처클럽’, 불륜극의 새 생존공식

입력 : 2008.10.05 22:19

‘마음껏 욕하며 보는 드라마’

SBS ‘조강지처클럽’(극본 문영남·연출 손정현)이 5일 방송을 끝으로 1년여 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드라마는 온 가족이 TV 앞에 둘러앉는 주말 저녁 시간대 방송하면서도 아침 드라마에나 등장하는 불륜이라는 선정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불륜도 모자라 가정폭력이 밥먹듯이 등장했고, 본부인과 첩을 둔 일명 ‘두집 살림’ 등 비정상적인 결혼 생활이 주요 배경이 됐다. 이 때문에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인기를 끌면서도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않았다.

특히 ‘3대 불륜남’ 한심한(한진희), 한원수(안내상), 이기적(오대규)의 비상식적인 언행은 여성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불륜남들에게 호되게 당하면서도, 복수를 다짐하면서도, 남편의 곁을 떠나지 못했던 모지란(김희정), 정나미(변정민)의 캐릭터도 “말도 안된다” “답답하다”는 원성을 들었다.

말도 안되는 설정 속에서 인간사를 통찰하는 이중적인 캐릭터가 드라마를 지탱했다. 한원수에게 눈 멀어 가정을 버린 모지란이지만 자식을 끔찍이 생각하는 모정을 보여줬고, 불륜녀 복분자(이미영)도 병든 한심한을 정성스럽게 간호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의사가 되고 아버지의 소망인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불륜을 저지른(병원장의 친척과 결혼하려던) 이기적은 캐릭터의 이중성을 명백하게 보여줬다. 이 독특한 이름은 개천에서 용이 난 기적(奇跡)을 뜻하기도 했고, 입신양명을 위해 조강지처를 버리는 이기적(利己的)이기도 했다. 여기다 한진희, 김해숙, 김혜선, 안내상, 오대규, 손현주, 김희정 등 뛰어난 연기자들의 연기가 말도 안되는 캐릭터를 말이 되게 만들었다. 배우들이 일주일에 꼭 한번씩 모여 회식을 할 정도로 팀워크가 좋았던 것도 인기의 숨은 비결이다.

결국 이 드라마는 불륜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가정 폭력, 출생의 비밀, 복수라는 양념으로 ‘막장’으로 치달으면서도 ‘욕하면서도 보는 드라마’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했다.

불륜(不倫)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나 있음을 뜻한다. 불륜 자체가 말이 안되는 부도덕한 행위라는 점에서 불륜 드라마를 상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조강지처클럽’은 맘껏 욕하면서 볼 수 있는 비도덕의 장을 마련해주면서 ‘불륜 드라마’의 새로운 생존 방식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