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우려하는 국민 중 한명의 발언일 뿐
청소년 선동한다며 논란의 희생양 삼아서야
‘광우병이 우려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국민적 관심사다.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눈에 띄는 해결책은 없다. 정부 당국의 대응은 릴레이로 이어지는 ‘안전 이상무’란 퍼포먼스뿐이다. 국민의 건강을 놓고 몇 개월 전과 판이한 대응을 벌이는 모습에 눈꼴이 시어진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협상’은 생쥐깡처럼 더럽고 불결한 문제가 아니라, 목숨을 담보한 미증유의 거래여서 그 협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 공분을 산 ‘미국산 쇠고기’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 한국 내에서 ‘광우병이 우려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죽고 사는 문제다. 연예인을 비롯해 국민의 우려가 틀렸다면 비싼 값을 주고 쇠고기를 사먹는 비용적 손해가 뒤따르겠지만, 정부 당국자의 판단과 분석이 틀렸다면 한순간에 목숨을 잃는 게다. 어느 주장을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돈이야 벌면 되지만, 잃은 목숨을 되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배우 김혜수·김민선·김부선, 탤런트 최진실·김혜성, 가수 세븐·원타임의 송백경·메이비·하리수·DJ DOC의 이하늘, 방송인 박미선 등이 자기 주장을 내놓았다. 대개 각자의 미니홈피를 통해서다.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진 주장이 아니기에, 그들의 언어는 투박하고 정제되지 않았다. 그런 만큼 그들의 분노가 절절이 드러났다. 그들은 ‘광우병이 우려되는 미국산 쇠고기’에 반대하는 국민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다른 곳으로 튀고 있다. 연예인들의 주장은 ‘지각없는 발언’으로 폄훼됐고, ‘학생을 부추긴다’는 선전선동주의적 빨간 딱지가 붙었다. 광우병 논란의 진앙지로 연예인을 희생양으로 택한 인상이다. 각종 칼럼들이 점잖게 연예인들을 꾸짖는다. 연예인들의 사회참여는 ‘공인’으로서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경우 연예인들은 적어도 공인이 아니다. 자신과 가족을 걱정하는 한 사람의 국민일 뿐이다. 그들에게 자중하라고 하는 건 국민으로서의 알권리를 포기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우리네 밥상에 오르는 먹을거리를 안심하고 먹게 만들어주는 건 식당 아줌마도, 어머니도 아니다. 바로 식품 안전을 책임진 정부 당국자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