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웃찾사’
TV 공개방청 개그 프로그램의 하락세가 안타깝다. 올 봄 다시 한번 중흥기를 맞는 듯했던 이들 프로그램은 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든 10월까지 좀처럼 시청률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10~11%(이하 AGB닐슨 집계) 정도이고,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과 MBC ‘개그야’는 각각 7~8%와 5~6%의 시청률에 허덕인다.
우선 스타의 부재가 심각하다. 단순히 톱스타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끊임없이 수혈되는 새 얼굴 가운데 스타로 발돋움하는 인물이 없다는 게 문제다. ‘개콘’에 주로 투입되는 KBS 공채 개그맨들은 박성광, 송준근, 박지선의 22기 이후, 정태호 외에 이렇다 할 기대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웃찾사’ 역시 ‘오봉이’ 한승훈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얼굴이 없다. ‘개그야’ 역시 ‘그렇지요’의 황제성이 주목을 받는 데 그친다.
외부적인 영향으로는 급속히 버라이어티 위주로 재편되는 예능계의 유행이 거론된다. 현재 활발히 제작되는 버라이어티들은 리얼한 설정을 바탕으로 여행, 역할놀이, 삼각관계 등 다양한 재미를 수혈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무대 위의 소도구들로 한정된 공개방청 프로그램은 그림의 때깔에서 한 수를 접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버라이어티의 출연자들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톱스타들로 구성된다. 개그무대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이들도 곧 버라이어티로 나아가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내부적인 문제 역시 짚지 않을 수 없다. 민감하게 진행되는 개그무대에서의 경쟁이 한몫 한다. 버라이어티의 강세는 그 프로그램이 반응을 얻지 못하더라도 캐릭터의 구축을 위해 꾸준히 기다려주는 제작진과 방송사의 인내가 있다. 하지만 개그 무대에서는 짧은 시간 내 눈도장을 찍지 못하면 도태되는 분위기가 있다. 이는 끊임없는 새로움을 담보할 수는 있으나 캐릭터를 짧은 시간 만들어야 하므로 아무래도 억지와 비약이 끼기 마련이다.
어수선한 시국, 시청자들의 어수선한 마음은 청량제 같은 웃음을 원한다. 개그 무대를 이끄는 사람들의 분발을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