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It Girl’서 여학생 가방 뒤지는 등
모델 발굴 빌미 개인신상 무차별 공개 눈살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은 도전과 모험을 즐겨야 한다. 지상파 프로그램이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케이블의 도전과 모험은 무언가를 시청자들에게 던져줘야 한다. 하지만 최근 케이블 채널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늘면서 ‘주목을 받아야만 하는’ 그들의 노력은 점점 신선함을 잃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일부 프로그램들은 출연자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엠넷 ‘체크 잇 걸’의 카메라는 ‘막 간다’. 대학 도서관에도 막 가고, 남의 핸드백 속도 막 간다. 대학 도서관에 몰래 숨어들어가 한 학생(이때까지는 그랬다)의 핸드백을 몰래 뒤지고, 그 속에서 스타킹을 꺼내보는 ‘막 가는’ 장면.
21일 방송된 Mnet의 프로그램 ‘Check It Girl’에는 최근 케이블 채널의 사생활 침해가 어디까지 왔는지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은 차세대 패셔니스타를 찾는 여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오디션과 길거리 픽업, 주변인 추천을 통해 모델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담긴다. 21일 방송분에서는, 주변인이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추천한 대학생 모델을 소개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주변인의 연락을 받고 학교를 찾은 제작진은 도서관에 잠입해 학생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러다 그 학생이 자리를 뜨자 대뜸 그 학생을 자세히 알고 싶다며 학생의 가방을 뒤지는 것이 아닌가. 제작진은 친절하게 가방 속 물품을 뒤지면서 스타킹 등을 꺼내보기도 하고, 지갑 속 화면까지 내보냈다. 이 와중에 학생의 학생증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제작진은 학생에게 그 모습을 들키고, 화를 내는 학생을 데리고 나가 출연섭외에 성공한다.
물론 새로운 모델을 백방으로 수소문하고자 하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누가 제작진에게 학생들이 공부하는 도서관을 카메라에 담고 심지어 학생의 가방을 뒤져도 좋다는 권리를 준 것인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는 출연자의 사생활은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이러한 행태를 우리는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우선 저질러 놓고 사후약방문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 모양새는 방송이 걸어가야 할 정도(正道)는 아니다. 우리는 출연자의 허락을 받았다는 미명 아래 출연자의 인권이 여지없이 유린되는 상황을 TV에서 자주 봐왔다. 선후가 바뀐 이런 제작풍토는 개선되어야 한다. 사후 허락은 용서일 뿐, 부당한 행동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