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막내린 ‘엄뿔’, 김수현표 가족문제 신선한 파장](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9/28/20080929.02500102000014.01L.jpg)
KBS2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극본 김수현·연출 정을영, 이하 엄뿔)가 28일 막을 내렸다.
‘엄뿔’은 기존의 가족 개념을 뛰어넘는 소재로 매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초반에는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라는 점에서 ‘사랑이 뭐길래’ 같은 전통적인 가족드라마로 위장했지만 가사 노동의 무임금, 재혼 가정의 육아 문제, 중년의 자아, 노년의 사랑 등 논란거리를 쉴새없이 쏟아냈다. 특히 제목의 의미를 드러낸 한자(김혜자)의 가출은 뜨거운 감자였다.
오랜 시간 아내, 며느리, 엄마라는 이름으로 희생하며 살아온 그녀가 1년간 휴가를 선언한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1년간 휴가를 받은 한자는 원룸에 따로 살면서 실컷 늦잠 자고, 컴퓨터 배우고, 책을 읽으며 자유를 만끽한다. 며느리 미연(김나운)이 임신하고 시아버지(이순재)와 남편 일석(백일섭)이 교통사고를 당해도 가출이 계속되자 일부 시청자들은 반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우리 시대 엄마들은 “나도 휴가를 받고 싶다”며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결국 반감을 드러내던 시청자들은 “우리 엄마도 저런 휴가를 원하고 있구나”라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한자의 첫째 딸 나영수(신은경)도 뿔이 났었다. 남편 이종원(류진)과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 소라 때문. 영수에게 대놓고 반감을 드러내던 소라는 영수와 함께 생활하면서 시나브로 정이 들었고, 결국 하와이에서 재혼한 친엄마(양정아)를 따라가지 않고 나영수와 살기로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재혼 때문에 생긴 상처를 아이의 시선으로 보여주면서 가족의 의미를 상기시켰다.
아내에게 억눌려 살던 김진규(김용건)는 색소폰과 모터사이클을 배우면서 중년들의 자아 찾기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충복(이순재)과 안영숙(전양자)이 보이는 그레이 로맨스도 화제였다. 노년에도 젊은이 못지않는 뜨거운 사랑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드라마로 항변했다. 안영숙이 이충복에게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그 나잇대 사람들은 다 ‘노인’인 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남자’시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노인들에 대한 선입견을 시원하게 깨뜨렸다.
‘엄뿔’은 변화하고 있는 사회를 드라마로 잘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혼 가정의 증가, 여권의 신장 등 사회의 변화를 쉬운 언어로 잘 풀어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전작 ‘내 남자의 여자’에서 결혼제도를 통쾌하게 꼬집었던 김수현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가사노동의 무임금 제도 등 가족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며 “특히 한국 가정의 고질적인 문제와 변화를 다루면서도 생활 용어로 쉽게 풀어낸 대중적인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