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는 블록버스터’, 무한도전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2회분에 달하는 예산, 48대의 카메라, 400여명의 출연자 등 엄청난 물량을 동원한 MBC ‘무한도전’의 좀비특집 ‘28년 후’편이 시청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3주 전부터 티저예고편을 내보내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최저시청률(15.7%, TNS미디어코리아)을 기록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28년 후’는 영화의 소재에서 착안해 나름대로 스펙터클하고 오싹한 공포감을 선사했다.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무한도전’ 멤버들이 유엔질병본부에 ‘백신’을 전달하는 미션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멤버들이 좀비들에 쉽게 잡히고,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유재석마저 백신 병을 깨뜨리면서 허무하게 끝을 맺었다. 웃음과 공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평이다.
방송 자막을 통해 ‘어느 납량특집보다도 더욱 간이 콩알만해진 무한도전 제작진은 지금 경위서를 작성중입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라고 내보낸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시청자는 “경위서를 써야 할 정도로 실패한 작품을 대단한 특집인양 예고했냐"며 제작진을 비판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최근 참신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다양한 특집들을 준비해 상황 반전에 열을 올려왔다.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 ‘우리 미팅했어요’ ‘대체에너지 특집2’ ‘태리비안의 해적’에서부터 ‘28년 후’까지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패러디한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는 300만원을 차지하려는 멤버들 간 숨막히는 두뇌싸움을 그렸고, ‘우리 미팅했어요’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무한걸스 멤버들의 만남으로 눈길을 끌었다. ‘대체에너지 특집2’는 에너지 절약의 소중함을 일깨웠고, ‘태리비안의 해적’은 무한도전 특유의 몸개그가 빛을 발했다.
그러나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예능 프로그램 최강자로 군림했던 ‘무한도전’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뒤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우선 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