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드라마에 공감못한 안방팬
복수·불륜 소재 드라마로 눈돌려
MBC ‘달콤한 인생’
TV드라마의 유행은 확실히 돌고 돈다. 어느 한 가지 장르나 소재가 유행하면 이에 따르는 드라마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제작된다. 얼마 전까지 TV드라마의 대세는 ‘전문직 드라마’였다. 드라마 ‘하얀거탑’(의사)으로 각광받은 전문직 드라마는 ‘로비스트’(로비스트) ‘온에어’(방송작가, 드라마PD, 매니저) ‘스포트라이트’(기자)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그 경향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한동안 묻혀 있던 ‘통속극’들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통속’의 사전적 의미는 ‘비전문적이고 대체로 저속하며 일반대중에게 쉽게 통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다시 드라마에서의 의미로 재정의하면 ‘보편적인 대중에게 통할 수 있는 내용을 가진 드라마’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흔히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역학관계(불륜, 출생의 비밀, 복수, 출세욕)에 집중하는 드라마들로 정리될 수 있다.
통속극 부활의 징조는 여기저기서 관측된다. 우선 두 자매간의 복수극을 바탕으로 미묘한 심리극의 묘미를 더한 KBS2 ‘태양의 여자’가 전문직 드라마 MBC ‘스포트라이트’와의 시청률 격차를 좁히고 있다. 그리고 MBC ‘달콤한 인생’ 역시 부부의 불륜을 큰 틀로 잡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최근 시청률이 상승세에 접어들어 주간시청률 10위권(AGB닐슨)에 이름을 올린 두 아침드라마 SBS ‘물병자리’, KBS1 ‘아름다운 시절’(종영) 역시 등장인물의 성격을 선과 악으로 비교적 단순화시켜 한눈에도 이해하기 쉬운 극의 구조를 만들었다.
통속극 부활의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안방극장을 주름잡았던 전문직드라마들이 일반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직드라마들은 인물들의 관계보다는 특정 직업이 보여주는 박진감에 중점을 두지만 여전히 각종 드라마 시청자게시판에는 “두 사람 언제 연결되나요?”라는 질문이 많다. 이는 드라마 밖 세상이 충분히 복잡하고 드라마틱해 오히려 대중이 드라마 속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찾기 때문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