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뿔난 엄마 한자(김혜자)의 가출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시부모님과 자식밖에 모르고 살던 한자는 생일 잔칫날 1년 동안 휴가를 얻어 따로 살겠다고 공언했다. 오랜 시간 아내, 며느리, 엄마라는 이름으로 희생하며 살아온 그녀가 공식 가출을 선언한 것. 난데 없는 선언에 자식들은 당황하지만 시아버지 충복(이순재)의 지지를 등에 업고 분가를 감행한다. 며느리 미연(김나운)의 임신과 시아버지, 남편 일석(백일섭)이 교통사고로 다치지만 독립의지는 굽힐 줄 모른다.
![[TView]‘엄뿔’, ‘엄마의 반란’ 통쾌 vs 이기적 안방극장](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7/28/20080729.02500102000001.01M.jpg)
‘사랑이 뭐길래’ 같은 전통적인 가족드라마로 위장했던 ‘엄마가 뿔났다’가 제목의 의미를 드러내면서 시청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시청자들은 “통쾌하다”와 “이기적이다”는 의견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네티즌 김진희씨(ehappy3)는 “드라마의 자식들을 보면 하나같이 이기적이다. 대학공부 해볼까 하는 엄마의 말에 핀잔만 주는 큰 딸을 봐도 그렇다. 힘들고 이해받지 못하는 삶을 산 한자의 울분이 이해가 간다”고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는 속담이 딱 맞다. 한자는 너무 이기적이다”(강명선 kang100495),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모르겠다. 마치 자기만 노동력 착취당하고 희생한 양 보상심리가 너무 지나치다”(박석민 rocarola)는 비난의 글도 있다.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핵심은 가출이 아니라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문제다. 이석이가 “너 지금까지 돈 한푼 벌어온 적 있냐”고 힐난하는 것이나 며느리 미연이 남편에게 “나도 나중에 3년 휴가를 달라”고 하자 남편은 “그동안 뼈빠지게 번 나는 훨씬 더 써야 한다”고 대답하는 곳에서도 문제의 일단이 드러난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전작 ‘내 남자의 여자’에서 결혼제도를 통쾌하게 꼬집었던 김수현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가사노동의 무임금 제도를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가정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생활 용어로 쉽게 풀어낸 대중적인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강소장은 “극 초반에 그려졌던 자식들과의 갈등이 가사노동 문제점을 꼬집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화합이라는 해피엔딩으로 결론 내려질 가능성이 크지만 굉장히 의미있는 문제, 가사노동의 무임금 문제에 정면 도전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한자의 가출을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