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봤던 작품 재탕…삼탕시청자 기억력 테스트 하나
![[TView]해도 너무한 추석특선영화](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9/15/20080916.02500102000006.01L.jpg)
추석 차례상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탕국이다. 국산 한우에 알토란이 들어간 탕국은 끓이면 끓일수록 제맛이다. 그 이유는 한우에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끓일수록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결국 탕국엔 화학조미료를 쓸 필요가 없다. 탕국은 재탕·삼탕 할수록 맛이 좋아지니 누구나 연휴 내내 탕국의 유혹에 빠졌을 것은 자명하다.
추석 안방극장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TV특선영화다. ‘특선대작’이란 명패는 그간 보여줬던 시청자의 관심을 반증하는 타이틀이다. 그러나 올해는 ‘아니올시다’였다. TV특선영화를 추석 차례상의 탕국으로 착각한 듯, 안일한 방송관계자의 대응에 시청자는 줄곧 무관심으로 응대했다. 입맛은 익숙한 것을 좇아가지만, 시각과 감동에 반응하는 TV특선영화를 포함한 영상매체는 신선함이 키포인트란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올 추석 특집 TV특선영화의 최고 시청률은 끝내 두자릿수를 돌파하지 못했다. 15일 TNS미디어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TV영화 중 시청률 1위는 MBC ‘무방비도시’로 전국기준 9.3%를 기록했다. 1위 시청률이 한자릿수라니…. 손예진·김명민·김해숙이 출연해 소매치기 범죄단의 이면을 그린 이 영화는 정작 시청자의 마음을 훔치는 데는 실패했다. 이외에 SBS ‘마파도 2(사진)’ 8.4%, KBS2 ‘타짜’ 7.6%, MBC ‘상사부일체’ 5.2%를 기록했다. 이렇듯 한자릿수로 ‘똑부러진’ 시청률은 이번 TV영화의 편성이 시청자의 관심권 밖이었음을 입증했다.
그나마 ‘무방비도시’에 대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뜨거웠던 것은 처음 안방극장 나들이에 나선 신작이란 강점 덕이다. 지난 설 연휴에 방송된 ‘마파도 2’ ‘상사부일체’ 등을 추석에 또 보자니 시청자들은 속에서 부화가 치밀어 올랐을 게다.
지난해 추석 ‘미녀는 괴로워’는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설에 재탕된 ‘미녀는 괴로워’는 9.9%의 시청률로 반토막났다. 당시 MBC 수목 미니시리즈 ‘뉴하트’의 시청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었다. 특선이란 말이 무색한 결과였다. 이때의 경험은 편성 담당자에게 반면교사가 되지 못했다. 그보다 관행적인 재탕·삼탕이 올 안방극장에도 이어졌다. 뚝심 한번 세다. 이번 추석 TV특선영화는 경제가 어렵다보니 편성도 리사이클링(재활용) 운동 차원에서 추진한 인상이다. 재탕·삼탕은 추석 특선요리인 탕국의 전매특허이니, TV영화 편성에 무단 도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