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박명수·강호동 ‘3색 악역’ 웃음 폭발
![[TView]예능프로, ‘계모 캐릭터’가 뜬다](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8/06/20080807.02500114000006.04L.jpg)
지난 3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8회 방송분 중 한 장면, 모자를 쓴 한 청년이 기쁨이 가득한 표정으로 집 안에 들어선다. 그를 맞으러 뛰어나오는 또 다른 한 남자의 모습. 이 장면은 ‘패밀리가 떴다’를 줄곧 봐온 시청자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바로 ‘김계모’ 김수로가 ‘천데렐라’ 이천희를 반가워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 속 계모 캐릭터가 뜨고 있다. 계모의 사전적 의미는 ‘의붓어머니’, 즉 ‘나를 낳아주지 않은 어머니’다. 주인공이 계모로부터 구박을 받는 모습이 소설, 영화, 드라마를 통해 확대재생산돼 왔기에 계모는 표독하고 매정한 윗사람의 대명사가 됐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 속의 계모 캐릭터는 ‘자신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지만 주변사람들에게 잔소리와 괴롭힘을 일삼는 사람’으로 정리된 상태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계모 캐릭터를 ‘귀여운 악역’으로 포진시켜 인기 상승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패밀리가 떴다’는 김수로와 이천희의 천적관계를 부각해 둘의 캐릭터를 재빨리 안착시켰다. 김수로는 이천희를 구박하며 갖은 일을 시키지만 결정적인 순간 저항에 부딪치며 웃음을 낳는다. 이같은 캐릭터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도 존재한다. MBC ‘무한도전’의 박명수는 ‘아버지’로 명명됐으나 꼼꼼히 뜯어보면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멤버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계모 캐릭터에 가깝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의 강호동 역시 ‘강파치노’라는 별명을 얻으며 카리스마를 선보이고 있으나 실상은 이래저래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구성원들의 원성을 한 몸에 사는 계모 캐릭터의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계모 캐릭터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비교적 명확한 상하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윗사람의 횡포에 억눌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같은 계모 캐릭터가 사실 아랫사람의 저항에는 쩔쩔맨다는 사실에 환호하며 대리만족한다. 사회가 경직되고 상하관계가 엄정할수록 이를 뒤집으려는 풍자가 만개했던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잔소리가 늘수록 시청률도 오른다. 각 예능 프로그램 계모 캐릭터의 활약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