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신경전으로 상대의 패를 읽기 위해 애쓰고, 그 패배에 자존심이 무너지는 일은 화투판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현재 한 드라마의 캐스팅 논란이 바로 그 화투판을 닮았다. 공교롭게 이 드라마의 제목 역시 화투판을 배경으로 한 ‘타짜’다.
성현아, 강성연(왼쪽부터)
SBS 드라마 ‘타짜’의 정마담 역을 놓고 방송가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서 김혜수가 맡아 팜므파탈 매력을 선보였던 배역을 놓고, 두 여배우의 희비가 엇갈렸다. 드라마는 이미 고니 역에 장혁, 고니의 여자친구 광숙 역에 한예슬, 고니의 라이벌 영민 역에 김민준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마담 역에서 터졌다. 당초 캐스팅에 유력하다고 알려졌던 성현아를 제쳐두고 강성연이 정마담 역을 꿰찼기 때문이다.
성현아는 이에 자신의 블로그에 21일 오후 심경을 남겼다. 성현아는 “감독님도 만나뵙고 즐거운 마음으로 대본을 받아들고 왔으나 차일피일 계약이 미뤄지며 결국 다른 배우를 쓴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며 허탈한 심경을 토로했다. 성현아는 또한 “아무런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제작사가 자사의 배우를 쓰겠다는 말을 전해왔다”며 제작사의 행태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마담 역을 맡은 강성연 역시 22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원래 정마담 역은 내 역이었으나 시놉시스가 바뀌면서 고민의 시간이 길어졌다. 그 사이에 제작진이 다른 배우와 접촉한 것 같다”고 그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뚜렷한 이유없이 드라마에서 도중하차한 경험이 있다”며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논란의 이유는 비교적 뚜렷하다. 결국 연기 매니지먼트를 병행하는 제작사가 자사의 배우를 드라마에 끼워넣다 생긴 일이다. 더구나 이 제작사는 시놉시스의 변경을 놓고 연출자, 배우와 미리 상의하지 않아 일의 크기를 더욱 키워놓았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배우 두 명만 가슴에 큰 상처를 안게 됐다. 대한민국의 매니지먼트 업계는 그 덩치가 갈수록 불어나 드라마 제작에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게 됐다. 하지만 커진 영향력이 자칫 캐스팅 권한을 비롯한 연출권까지 침범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