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10시 TV채널을 SBS로 맞춰놓은 시청자들은 잠시 당황했을 것이다. 매주 그 시간에 방송되던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난데없는 스페셜 방송이 편성되어 방영된 것이다. 이유는 주연배우 문근영의 코뼈 부상이었다. 문근영은 지난 9일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진행된 드라마 촬영 도중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SBS는 문근영의 회복이 더뎌지자 전격적으로 15·16일 방송을 그동안 방송된 주요장면으로 대체하는 스페셜로 편성했다.
최근 방송되는 드라마에서는 이처럼 ‘스페셜’이란 제목으로 그동안 방송된 내용을 정규방송 시간에 보내는 풍토가 생겼다. 스페셜은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에 많이 방송된다. KBS2 ‘바람의 나라’ ‘그들이 사는 세상’도 방송 전 스페셜을 내보냈으며, MBC ‘태왕사신기’ ‘에덴의 동쪽’도 이 수순을 따랐다. 그들이 스페셜을 선택하는 이유는 사전 바람몰이가 이유인 경우가 많다. 대작드라마일수록 흥행에 민감하고 이를 위해선 드라마에 대한 이해도와 기대감을 높이는 마케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바람의 화원’의 경우에서처럼 뜻하지 않은 상황이 생겼을 때 시간을 버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행태를 마냥 고운 시선으로 볼 순 없다. 단점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편성시기를 자사에 유리하게 하는데 스페셜이 악용될 수 있다. 실제 지난 6월 MBC 월화드라마의 강자 ‘이산’을 피하기 위해 경쟁사의 ‘식객’과 ‘최강칠우’는 스페셜 방송을 남발하는 꼼수를 부려 눈총을 받았다. MBC 역시 ‘이산’ 막바지를 주 1회 스페셜, 1회 정규방송 형태로 운용해 빈축을 샀다.
또한 과도한 스페셜은 첫회 시청률의 하락을 부르는 단점도 있다. 스페셜 방송은 통상 초반 줄거리도 알려주게 마련이므로 이 부분이 시청률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바람의 화원’의 경우처럼 주연배우의 부재가 곧바로 결방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시청자에게 드러내, 쪽대본과 촬영과 편집·방송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풍토의 허점을 공개한다는 단점도 있다.
결국 한국적 방송풍토가 만들어낸 스페셜 방송은 득보다 실이 많은 편법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식돼 가고 있다.
<하경헌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