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의 저울’서 대쪽 검사역
탄탄한 연기내공 펼칠까 관심집중
지난 13일 서울 목동 SBS홀에서 열린 드라마 ‘신의 저울’ 제작 발표회장, 취재진의 시선은 한 중년배우에게로 집중됐다. 배우이면서 동시에 다큐멘터리 내레이터,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사람, 스스로의 정치적인 성향을 밝히기에 주저하지 않아 작품 안과 밖의 모습이 겹쳐보이던 문성근(55)이 바로 그였다. 그가 1988년 드라마 ‘천사의 선택’ 이후 20여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배역은 강직한 법조인이면서 동시에 자상한 아버지다.
문성근은 1997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진행을 맡았다. 침착한 모습으로 사회의 구석구석의 모순을 지적해나가는 모습은 그에게 지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래서 실제로 “문성근이 냉철하면서도 지적인 역만 맡았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의 배역은 영화 ‘초록물고기’의 조직두목,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도색 소설가, ‘오로라 공주’의 형사 역 등 다채로웠다.
오히려 그의 연기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문성근 만의 색깔로 재구성하면서 극을 탄탄하게 받쳤다. 이러한 세간의 시선과는 다르게 제작발표회에서의 문성근은 소탈한 모습을 언뜻언뜻 내보였다. 후배들에게 웰빙식단을 추천하기도 하고, 스스로 “요즘 젊은 배우들은 카메라 공포증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며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매번 쉽지 않았음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그와 같은 무게감 있는 중견연기자의 안방극장 복귀는 최근 설 자리가 줄어드는 중견연기자의 위치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남녀주인공으로 젊은 연기자들이 등장해 그들의 멜로로 극을 이끌어가는 형식이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의 대세였기 때문이다. 문성근은 이러한 경향을 연기력 중심으로 돌려놓을 좋은 계기로 평가받는다.
문성근은 주인공의 아버지 역할이라는 비중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포스터의 전면에 등장하는 등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20년 동안 갈고 닦은 그의 연기 내공이 안방극장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펼쳐질지, 시청자들에게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생긴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