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쥐를 괴롭히는 팥쥐와 팥쥐 엄마는 전래동화에는 있지만 TV에는 없다. 대신 잘해보려는 팥쥐 엄마의 속을 뒤집어놓는 콩쥐가 있다. TV 속 재혼가정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천하일색 박정금
KBS2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새엄마 나영수(신은경)가 뿔났다. 결혼한 이종원(류진)과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 소라 때문이다. 친엄마와 재결합을 바랐던 소라는 아빠를 뺏어간 나영수에게 대놓고 반감을 드러낸다. 나영수가 정성스럽게 차려놓은 생일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며 아빠의 손을 잡아 끈다. 나영수를 버려두고 도착한 패밀리 레스토랑에는 친엄마(양정아)가 앉아 있다. 소라가 꼼수를 쓴 것.
나영수가 다가가면 그만큼 도망가서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나영수-소라의 관계는 소라 엄마가 하와이 이민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친엄마와 하와이에 가겠다고 나서지만 나영수와 이종원이 “우리가 함께 살자”고 나섰기 때문이다. 얄미운 소라가 하와이를 간다고 하면 쌍수 들고 환영해야 하는 게 예전 새엄마였지만 나영수는 쿨하게 “내가 맡겠다”고 나섰다.
SBS 주말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는 한복수(김혜선)와 길억(손현주)이 재혼을 앞두고 있다. 사실 두 사람은 한복수의 남편 이기적(오대규)과 길억의 부인 정나미(변정민)가 정분이 나면서 시작됐다. 엄밀히 말하면 맞바람이지만 드라마에서는 비윤리적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로맨스로 그리고 있다. 길억은 시장에서 일하는 복수를 위해 예쁜 옷을 사주고 복수는 길억에게 정성스러운 식사를 차려주는 등 알콩달콩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으로 떠난 정나미가 만삭의 몸으로 길억 앞에 나타나면서 재혼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한복수-길억 결혼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맞바람 커플이지만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이 재혼 커플의 특징이다.
MBC 주말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도 재혼한다. 박정금(배종옥)은 남편이 이복여동생 (한고은)과 바람이 나 갈라섰다. 처음에는 아파트 분양 사기를 당해 어쩔 수 없이 정용준(손창민)과 동거했지만 티격태격하면서 정이 들었고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급’가까워졌다. 박정금이 어머니를 잃고 친아들을 찾게 되는 과정을 곁에서 따스하게 위로해주면서 드디어 평생 반려자가 된다.
재혼이 사회 전반에서 다양화되면서 재혼의 모습도 다양해지고 있다. 새엄마는 무조건 나쁘다고 그리던 드라마가 요즘은 오히려 친딸의 심술을 다루고 있다. 재혼하는 과정도 따스한 로맨스로 포장해준다. 종영한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는 아예 재혼과정의 화합을 주제로 제작됐으니 TV가 재혼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짐작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