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세요!”
2005년, 2006년 시청자들은 화요일 밤마다 TV 앞에 모여 우리말 알아 맞히기에 골몰했다. 주변 MC들의 짓궂은 장난에 미동도 하지 않던 한명의 아나운서는 유명세를 치렀다. KBS2 예능 프로그램 ‘상상플러스’ 이야기다. ‘상상플러스 시즌2’가 다시 한번 개편하면서 잠시 버렸던 ‘우리말’과 ‘아나운서’ 카드를 다시 빼 들었다.
‘상상플러스’는 초기 연예인이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토크쇼의 분위기였지만 ‘올드앤뉴’를 시작하면서 독창성을 획득했다. 이 형식의 정점에는 예능 프로그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또박또박 출연자들의 잘못된 표현을 지적하던 노현정 아나운서의 존재가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땐 단단하고 야무지며, 때론 얼음장처럼 차가운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때때로 귀여운 실수를 연발하는 노현정 아나운서의 캐릭터와 탁재훈, 신정환 등의 캐릭터가 부딪히면서 ‘상상플러스’는 색다른 매력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노현정 아나운서가 결혼을 이유로 물러나면서 ‘상상플러스’는 내리막을 걸었다. 편안한 이미지의 백승주 아나운서, 끼가 넘치는 최송현 아나운서를 차례로 안방마님 자리에 앉혔으나 그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결국 ‘상상플러스’는 2008년 ‘우리말’과 ‘아나운서’를 모두 버리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 역시 효과가 없었다. 다시 이지애 아나운서를 진행자로 앉힌 ‘상상플러스’는 외래어에 맞는 우리말을 찾는 ‘상상 우리말 더하기’를 통해 과거의 영광 회복에 나섰다.
첫 회가 방송된 지금 평가는 양분된다. “‘상상플러스’ 특유의 재미를 찾았다”는 의견에서부터 “과거의 형식 재탕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지애 아나운서는 과거의 노현정 아나운서처럼 ‘침착한 진행’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과거 ‘올드앤뉴’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하다. ‘우리말’과 ‘아나운서’로 예능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연 것은 다름 아닌 ‘상상플러스’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안전한 과거의 형식에 얽매이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새로운 재미를 찾아나서는 일이다. 이지애 아나운서의 ‘상상플러스’호가 그 숙제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