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1박2일’이 사랑받는 이유

입력 : 2008.05.20 05:00 수정 : 2008.05.20 05:05

강호동·김C등 ‘촌티 캐릭터’ 인간미 물씬

재방송 시청률도 20%…‘무한도전’ 추월

시작은 MBC ‘무한도전’의 카피본이었다. 혹 ‘1박2일’(KBS2 ‘해피선데이’ 코너)의 제작진이 아니라고 강변해도 어쩔 수 없다. 그들이 사랑하는 시청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18일 오전 재방송된 ‘1박2일’이 20.0%의 시청률을 기록, 17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16.6%(TNS미디어코리아 집계)를 앞질렀다. 시청률이 최고의 미덕이 된 시대, ‘무한도전’의 굴욕이자, ‘1박2일’의 영광이다.

어째서 이런 역전극이 펼쳐졌을까. 우선 ‘무한도전’의 슬럼프가 한몫했다. ‘무한도전’은 무모함 때문에 지난해부터 균열이 생겼다. 식신 정준하의 술집사건, 하하의 입대 이벤트, 박명수의 결혼 등에서 제작진은 ‘우리가 남이가’식으로 대응했다. 감싸고, 띄워주고, 도망다녔다. 그러한 태도들이 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났다. 인도와 중국을 넘나들며 반전을 꾀했지만 동어반복으로 더 이상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 사이 ‘1박2일’은 야생마(野生馬)처럼 전국을 누볐다. 눈 속에 파묻혀 잠도 자고, 맨땅에 집도 지었다. 복불복 게임 등으로 재미도 높였다. 멤버 한명 한명 캐릭터도 만들어갔다. 허당승기(꽃미남 이승기), 은초딩(아이돌스타 은지원), 야생원숭이(힙합가수 MC몽), 일꾼(입담개그맨 이수근), 무캐릭터(가수 김C) 등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매력을 만들어갔다. 아참, 거기에 상근이도 있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무식함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고, 먹을 것 앞에서 굴욕을 보이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필리핀의 수도가 어딘지 모르고, 과자 하나에 목숨을 걸지만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놀아주는 따스함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1박2일’의 매력포인트는 강호동이다. 유재석이 도회적이라면, 강호동은 촌스럽다. 그 촌스러움이 야생버라이어티에 딱 들어맞는다.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박상철의 ‘무조건’을 열창하고, 먹을 것 앞에 한없이 초조해하는 ‘원조식신’의 모습을 시청자들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수시로 터지는 애드리브는 가히 천부적이다.

여하튼 누구에게든 선의의 경쟁자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무한도전’의 멋진 엎어치기도 보고 싶다.

<박준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