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포커스’의 한장면
KBS의 시사프로그램에 시련이 닥치고 있다. 2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자정에 방송되는 ‘시사투나잇’은 폐지가 확정된 상태고, 2TV에서 토요일 오후 9시40분에 방송되는 ‘미디어포커스’는 프로그램 명칭변경과 시간대 이동이 검토되고 있다. 1TV에서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시사기획 쌈’ 역시 다각적인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KBS 편성본부는 23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개편안을 제작진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투나잇’은 폐지가 유력하다. 최종을 KBS 편성본부장은 이에 “시사투나잇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이유를 에둘러 표현했다. ‘미디어포커스’의 경우 이름을 ‘언론비평(가제)’으로 바꾸고 방송시간을 금요일 오후 11시30분으로 옮기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사기획 쌈’의 경우도 폐지한 후 다른 프로그램에 다큐멘터리를 공급하는 방안, 채널을 옮기고 시간대를 유지하는 방안, 심층기획보다는 단발성 취재로 포맷을 바꾸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KBS PD협회는 “제작거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고, 기자협회도 대응수위를 조절 중이다.
KBS의 이번 개편안은 새 사장이 선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라 적잖은 의미부여가 가능하다. KBS가 각종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정권에 대해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에 ‘이에 대한 손봐주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디어포커스’의 경우에도 금요일 밤으로 방송시간이 옮겨질 경우 분량이 늘어나야 하기에 아이템의 연성화가 불가피하다. ‘쌈’의 단발성 기획방침 역시 심층취재가 쉽지 않은 방향으로 취재환경을 바꿀 것이다.
KBS는 올해 들어 정체성과 사장 선임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의 동반부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개편은 물론 방송사의 권한이므로 그것으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의혹을 가질 수 있는 시기에, 의혹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정체성 못지않게 독립성 또한 방송이 가져야 할 요소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시사프로그램 개편안의 논란은 ‘권력의 방송 길들이기’의 또 다른 단편으로 읽힐 우려가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