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절친노트’ 물만난 김구라 독설](http://images.khan.co.kr/article/2008/11/30/20081201.02500102000001.02L.jpg)
“야, 그건 네가 잘못했네. 얘가 여기까지 와서 발뺌하고 그러네~”
어김없이 김구라의 독설이 작렬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분위기는 어색해지지 않고 팽팽하던 긴장감이 조금씩 누그러진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면 분명히 어색했을 그의 독설이 이 자리에서는 빛을 발한다.
김구라의 독설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주인공은 금요일 오후 10시55분에 방송되는 SBS ‘절친노트’. 이 프로그램은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해 평소에 친분이 없던 사람들이나, 감정의 깊은 골이 난 사람들을 절친한 사이로 바꿔주는 내용을 갖고 있다. 요즘 부쩍 주목받는 코너는 과거 감정의 골이 있었던 연예인들을 화해시키는 ‘절친하우스’ 코너다.
이 코너는 진행자부터가 과거 가해자와 피해자로서의 전력(?)이 있다. 코너를 진행하는 김구라와 문희준은 과거 김구라가 문희준의 로커로서의 행적을 거침없이 비판했던 껄끄러운 사이다. 이들은 과거 같은 그룹 ‘샵’의 멤버였지만 불협화음을 낸 전력이 있는 이지혜와 서지영을 화해시켰고, 지난주 방송에서는 그룹 R.ef의 멤버였으나 해체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성대현과 이성욱을 출연시켰다.
당연히 껄끄러운 과거를 가진 이들은 처음엔 서먹했다.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은 더더욱 없다. 프로그램은 다양한 과제를 이들에게 부여해 친분을 회복할 기회를 주지만 결정적인 순간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것은 의외로 김구라의 독설이다. 28일 방송에서도 김구라는 상대적으로 진지한 이성욱을 두고 성대현을 집중 공격(?)하며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것을 도왔다. 다양한 과제 수행과정에서도 그는 문희준과 티격태격하며 재미를 만들어냈고, 게스트의 잘잘못을 명확하게 지적하며 그의 캐릭터가 프로그램에 꼭 필요함을 증명했다.
김구라를 비롯해 이경규, 박명수, 신해철, 유세윤 등 요즘 방송가에는 독설로 무장한 예능인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때로 도를 넘는 대화의 수위 때문에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지만 ‘절친노트’ ‘라디오스타’처럼 이들의 활약을 필요로하는 프로그램에선 인기의 열쇠를 쥐고 있다. 독한 분위기를 독한 말로 누그러뜨리는 풍경, 2008년 방송가가 낳은 또 하나의 진풍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