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프로·종목 ‘결방’
![[TView]올림픽에 함몰된 방송…시청자 뿔났다](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8/21/20080822.02500115000003.01L.jpg)
‘시청자가 뿔났다.’
20일 MBC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 (사진)시청자 게시판은 결국 성토의 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크크섬의 비밀’이 또 한번 방송을 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크크섬의 비밀’은 지난 11일을 시작으로 20일까지 열흘 정도 편성표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누리꾼들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결방을 고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다리기에 이젠 지친다” “시청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갑작스러운 결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MBC의 대표적인 주말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림픽 열기에 의해 ‘일밤’은 이미 10, 17일 방송이 전파를 타지 못했다. MBC는 현재 1, 2부로 나뉘어 있는 ‘일밤’을 올림픽 성적에 따라 통합해 방송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MBC에서는 ‘황금어장’ ‘네버엔딩 스토리’ 등의 프로그램이 결방 리스트에 올랐다. 타 방송사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일 KBS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추적 60분’이 결방됐고, SBS는 ‘생방송 TV연예’가 방송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누리꾼뿐 아니라 방송가에서는 “올림픽 쏠림현상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종목별 쏠림현상도 심하다. 박태환을 비롯해 금메달 유력 선수들의 경기에는 재방, 삼방까지 편성이 줄을 잇는 대신 조정 더블스컬에서 국내 최초로 결승에 진출한 신영은 선수 등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에게는 냉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4년마다 지적되는 이런 편성행태는 좀처럼 시정될 기미가 없다. 올림픽을 즐기고 싶어하는 시청자의 권리 못지않게 기존 프로그램의 방송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의 권리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들은 같은 경기를 동시에 중계하면서 애꿎은 프로그램의 결방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올림픽이 지겨워지려 한다”는 한 누리꾼의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종목별로 균등한 중계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방송사들도 균등하게 나눠가져 기존 방송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려가는 방향의 편성이 필요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