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사 코드를 삽입하면서 재미를 살리고 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처럼 딱딱하지 않지만 그 파급효과는 더 큰 게 강점입니다. SBS ‘조강지처 클럽’은 한우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25일 방송분에서 한원수(안내상)와 나화신(오현경)이 아이를 데리고 고깃집에 간 장면에서였습니다.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한원수가 특유의 느물거리는 말투로 “고기는 역시 한우가 최고야”라고 외쳤습니다. 맛을 음미하는 감탄사를 연발해 시청자들의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들었죠. 우연히 한원수-나화신의 다정한 모습을 목격한 모지란(김희정)에게는 큰 상처가 됐지만 쇠고기 파동으로 시름이 많은 한우 농가에는 큰 힘이 됐습니다.
우리 농가를 위해서 나선 건 KBS2 ‘1박2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기도 일주에 나선 이들이 해가 저물어서야 도착한 곳은 하남시 남한산성. 강호동·김C·이수근·은지원 등 ‘1박2일’ 멤버들은 ‘와우 닭백숙이다’를 외치며 손으로 북북 찢어서 닭백숙을 먹었습니다. 물론 먹기 전에 큰형님 강호동이 조류인플루엔자는 75℃에서 5분만 가열해 먹으면 된다고 대국민 홍보에 나섰죠.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1박2일’팀의 한마디가 KBS 공익 광고보다 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것도 요새 ‘무한도전’을 앞서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그들이니까요.
미스터리 멜로라는 독특한 분위기의 MBC 드라마 ‘달콤한 인생’은 영어몰입교육을 비꼬았습니다. 윤혜진(오연수)이 두 딸을 데리고 피자집에 갔는데 샐러드를 담던 딸들이 오렌지(Orange) 발음을 두고 다툼을 벌인 것. 둘째 딸이 ‘오렌지’라고 발음하는 언니에게 ‘오렌지가 아니라 어린지’라고 고쳐줬습니다. 영어몰입교육을 두고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오렌지가 아니라 어린지”라고 발언해 여론의 지탄을 받은 사건을 상기시킨 겁니다. 콱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둘째 딸은 급기야 엄마에게도 영어발음을 해보라고 가르치지만 결국 세 사람 모두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끝을 맺었습니다.
‘100분 토론’이나 ‘생방송 심야토론’에서만 시사문제를 논하란 법은 없습니다. 드라마에서도 한우의 우수성을 말할 수 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 바로알리기에 나설 수 있는 거죠. MBC ‘명랑히어로’는 ‘필부필부’ 김국진·박미선·윤종신·김구라의 눈높이 시사로 호응을 받지 않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