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프로그램 부재 경영악화로 이어져
‘제4 지상파’ 시청자와 약속 지키길 기대
2007년 12월28일은 한국 방송사에 기록될 만한 중요한 날이다. 바로 OBS경인방송(이하 OBS)이 송출을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12월31일, 방송위원회가 재허가 추진을 거부해 itv경인방송이 사라진 후 만 3년 만에 설립된 OBS에 시청자의 이목은 집중됐다. OBS는 과거 MBC에서 명성을 쌓은 주철환 전 이화여대교수를 사장으로 선임하며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출범 6개월이 된 OBS호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하다.
OBS가 야심차게 준비한 오지명 주연의 첫 시트콤 ‘오포졸’.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방송사 전체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킬러콘텐츠의 부재다. OBS는 신생방송사가 맞닥뜨릴 수 있는 제작여건상의 어려움을 다양한 아이디어로 돌파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에 따라 ‘5인5색 토크쇼’ 등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시청자의 냉대를 받아야 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보름 OBS의 수도권 시청률은 하루 평균 0.1%대를 맴돈다. 최근 킬러콘텐츠 육성을 위해 시작한 시트콤 ‘오포졸’의 시간대인 9시대 역시 평균 0.2%대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도 OBS 하면 떠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이같은 사정은 자연스럽게 경영악화로 이어졌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올해 1~3월까지 3개월의 광고매출을 집계한 결과 OBS는 총 4억8000여만원의 광고를 수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지역민방이 30억~8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광고 수주의 부족은 자연스럽게 제작비의 감축으로 이어져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여지를 좁히고 만다.
개국 6개월의 OBS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역주민에게 유익한 방송사가 되어야 할 뿐 아니라, 스스로 ‘제4의 지상파’를 선언했던 약속도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의 화두인 ‘시청자 지상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시청자가 보지 않는데 어떻게 ‘시청자 지상주의’가 꽃필 수 있을까. “시청률 지상주의를 경계한다”던 OBS 스스로 지나친 엄숙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