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원작 묘미 못살린 ‘바람의 나라’](http://images.khan.co.kr/article/2008/11/03/20081104.02500102000002.01L.jpg)
KBS2 수목극 ‘바람의 나라’가 가장 치열한 수목극 경쟁에서 기대했던 것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고구려 소재 드라마 붐을 일으킨 동명의 인기만화가 원작이고, 쟁쟁한 출연진으로 인기를 얻을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러나 ‘주몽’ ‘대조영’ ‘연개소문’ 등 그동안 방송됐던 고구려 소재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인 셈이다.
‘바람의 나라’의 원작 만화는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붐을 일으킨 주역이다. 하지만 그동안 제작이 미뤄지면서 스토리가 진부해졌다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됐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4번째 드라마가 됨으로써 인기 만화가 가졌던 참신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게다가 스토리 전개에서 가장 큰 약점은 ‘바람의 나라’가 보여주려고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주몽’은 강대국 고구려의 건국 과정, ‘대조영’은 멸망한 고구려의 부흥, ‘연개소문’은 고구려와 수나라-당나라로 이어지는 중국 대륙과의 전쟁 속에 태어난 영웅의 이야기 등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내용이나 그 목표가 뚜렷했다. 그러나 ‘바람의 나라’는 과연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목표점을 짐작키 어렵다. 목표가 뚜렷하다면 주인공의 과정이 아무리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이 결코 요원한 것만은 아니다.
또 지금껏 전쟁을 다룬 사극의 경우 초반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전쟁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한 후 본격적인 갈등 구조가 전개되면서 흥미를 더했다. 그러나 ‘바람의 나라’는 전투신이나 주인공의 성장과정보다는 무휼-연-도진의 삼각관계에 더 집중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맥을 빠지게 만든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의 나라’와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베토벤 바이러스’와 SBS ‘바람의 화원’의 인기도 ‘바람의 나라’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특히 ‘바람의 화원’은 원작 소설을 넘어선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호평을 받는 반면 ‘바람의 나라’는 원작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이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고구려를 다룬 기존 사극과의 차별화에도 실패했다.
한가지 더 악재는 주인공 무휼 역을 맡은 송일국 캐스팅이다. 송일국이 ‘주몽’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나 ‘바람의 나라’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무휼이 주몽의 손자이기 때문에 닮을 수밖에 없다고 위안을 삼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주인공이 송일국이 아닌 다른 배우였다면 최소한 ‘주몽 재방송’의 느낌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송일국이나 드라마 제작진들은 결과적으로 상대를 잘못 고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