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팔도강산’ 中 리메이크作
![[TView]MBC ‘종착역’…초심 잃은 한류에 화두를 던지다](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9/02/20080903.02500102000008.01L.jpg)
MBC가 방영 중인 16부작 중국드라마 ‘종착역’(매주 월·화 오전 11시)은 울림이 큰 드라마다. 지난달 25일 방영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간암 말기로 생의 끝자락에 선 아버지가 아내와 함께 중국 전역에 살고 있는 7남매를 찾아나서면서 겪는 이야기다. 베이징, 상하이 뿐 아니라 광저우, 충칭, 시안, 바이산 등의 중국 각 지역에 흩어져 사는 노부부의 자식들은 저마다 사연을 갖고 신산(辛酸)한 삶을 이어간다.
최근 시안의 큰아들을 찾은 노부부는 이혼과 실직으로 힘들어하는 아들의 재혼을 위해 셋집 여주인과의 ‘중매’에 나선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자식들을 걱정하는 노부부는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눈물겹게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등장인물도 화려하지 않고 우리 드라마처럼 다이내믹 하지 않지만 좀체로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간암을 숨겨온 아버지가 진통제 주사를 맞으려다가 아들에게 발각되자 “네 어머니가 술병의 술을 빼고 물을 넣는데 쓰는 것”이라고 둘러대고, 셋집 여주인과 아들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밖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애쓰는 노부부의 마음 씀씀이가 눈물겹다. 마치 중국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매혈기’등을 접했을때 느꼈던 감동이 드라마에서 듬뿍 묻어난다.
같은 아침 드라마지만 음모와 배신, 불륜과 이혼, 출생의 비밀이 얽히면서 온갖 악녀가 판치는 우리의 아침드라마와는 크게 대조된다. 늘씬한 미녀들이 남편에게 박박거리며 대들고, 미끈한 꽃미남들이 스포츠카를 타고 유흥가를 질주하는…. 화려하면서도 속은 텅비어 있는 그런 드라마들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놀라운 사실은 ‘종착역’이 70년대 중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한국드라마 ‘꽃피는 팔도강산’의 중국판으로 리메이크한 드라마라는 점이다. 중진작가 윤혁민씨가 극본을 쓰고, 김희갑·황정순이 주연한 드라마다. 이 원작을 바탕으로 중국인 연출가와 스태프가 리메이크한 작품이 우리네 안방을 찾은 셈이다.
한류(韓流)가 한류(寒流)가 되고, 중국에서 혐한(嫌韓)의 조짐이 거센 요즘이다. ‘종착역’을 보면서 이쯤에서 우리 드라마들이 무엇을 잃고 있는지 한번쯤 되짚어 봐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됐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을 비롯 한류를 일으킨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자가 사랑에 대한 저릿함을 표현하는데 조미료도 없이 감칠맛을 냈다면, 후자는 그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의 올곧은 정신을 표출했다.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기본덕목을 이 드라마들이 가르쳐 준 것이다.
그러나 요즘 드라마들은 그런 덕목들이 빠져있다. 자극적인 소재와 스타에 의존한 제작태도, 당장의 시청률에 목매면서 쪽대본이 난무하는 방송환경, 빠르고 화려한 것에 목을 매는 시청환경이 우리 드라마의 발목을 잡고 있다.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제2의 한류를 만들어갈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