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아침 깨뜨리는 아침드라마
아침의 상쾌함을 얼마나 흔들어 놓겠다는 건가. 드라마 제목 자체가 ‘흔들리지마’(MBC)다. 한마디로 ‘짜증지대로’인 드라마다.
목적의식만 내세워 소리만 질러대는 팜므파탈(홍은희, 이수현 역)과 논리를 수출해버려 머리까지 나빠보이는 굿걸(김다인, 박민정 역)이 상상력 빈약한 개념상실의 재벌2세인 굿보이(김남진, 한강필 역)를 두고 삼각관계를 벌인다.
‘건성 팜므파탈’ 이수현은 자기중심적 사고의 최고봉을 보여준다. 잘한 것은 내 덕이고, 잘못된 것은 네 탓이다. ‘수사반장’ 출연자도 아니면서, 살해시도는 물론 청부살인까지 ‘별짓’을 다한다. 그녀의 악행은 재벌가와의 결혼이란 목적 앞에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한다. 지켜보는 사람의 인내력을 테스트하는 그녀는 시청자의 비위를 거스르기 일쑤다.
‘굿걸’ 박민정도 역시 짜증스럽긴 마찬가지다. 당해도 정도가 있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 앞에서도 착한 척을 멈추지 않는다. 팜므파탈은 인형사이고, 굿걸은 인형이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온다. 착한 사람을 보고 있는 게, 이리도 거북할 줄은 이전엔 미처 몰랐다.
재벌 2세면 ‘샤프’한 맛이 있어야지, 이렇게 생각 없어 보이는 재벌 2세는 처음이다. 우선 저질러보고 뒷감당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부모가 반대하는 연인을 무작정 부모 앞에 끌고가는 저돌성에서 불도저 같은 기업인상을 볼 수 있지만 거기까지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데 천부적인 재주가 있으니, 그와 엮여 벌어지는 일은 대체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앞으로 결혼식장에서 도망치고 보자는 무개념 행동도 방송을 탈 것으로 보인다.
어느 인물 하나 애정이 가는 캐릭터 없이 착하든 못됐든 시청자에게 총체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그렇다 보니 드라마 게시판에는 ‘한강필이 제일 싫다’ ‘연기를 왜 이리 못할까’ 등 안티성 글들이 꼬리를 문다. 이전 아침 드라마 ‘그래도 좋아’의 팜므파탈 서명지(고은미)와 ‘있을 때 잘해’의 베드가이 하동규(김윤석)·팜므파탈 배영조(지수원)에게서 느꼈던 카리스마와 내면의 갈등은 먼 나라 이야기가 돼버렸다.
현재 ‘흔들리지마’의 시청률은 13%대로 직전 ‘그래도 좋아’의 시청률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앞선 MBC 아침드라마가 중·후반 20%를 넘는 안정적 시청률로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악역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팜므파탈은 악녀지만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가진 운명적 캐릭터다. 악녀이기에 거부할 수밖에 없다면 더 이상 팜므파탈이 아니다. ‘흔들리지마’의 팜므파탈 캐릭터가 흔들리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제발 ‘흔들리지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