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경찰팀 다룬 ‘스포트라이트’ 시험대
겉핧기·멜로 탈피 직업세계 그려낼 지 관심
“대한민국 드라마 속설 중 이런 게 있다. 의학드라마면 의사들이 연애하는 이야기, 법률드라마면 변호사들이 연애하는 이야기…. 이러한 멜로 일변도의 구성을 벗어나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제작발표회에서 이기원 작가가 기획의도를 설명하며)
이기원 작가가 또 한 편의 전문직 드라마를 꾸려간다. 이번엔 방송사 보도국 사회부 경찰팀의 이야기를 담는다. 드라마는 필연적으로 매체의 비평이 따라가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은 역으로 그 비평의 주체인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슈가 됐다.
그런데 이기원 작가의 이 말은, 다르게 생각하면 지금껏 우리나라 드라마가 손쉽게 빠져들었던 어떤 ‘함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함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 작가가 지적했던 ‘멜로의 유혹’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다. 전자는 이미 이작가의 발언 안에 어느 정도 갈무리돼 있다. 중요한 것은 후자다.
방송사 드라마 PD와 작가, 톱스타, 매니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SBS ‘온에어’는 방송 중간중간 잡음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방송촬영감독협회와 한국방송카메라감독협회가 제기한 ‘촬영감독 비하사건’이다. 촬영·카메라감독협회는 “극중 촬영감독이 ‘여배우의 다리나 훔쳐보는 속물’로 묘사돼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분개했다. 다른 직종의 분위기 역시 그 강도는 덜하나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매니저들은 극중 장기준의 모습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고, 홍보직종 종사자들은 “극중 홍보담당자의 모습이 너무 평면적”이라고 지적한다.
드라마 ‘하얀거탑’은 ‘의사들이 연애할 것’이라던 시청자의 예상을 벗어나 병원 속 권력관계와 정치행위를 세밀하게 그려 호평을 받았다. 멜로와 단편적인 인물묘사를 벗어나도 드라마의 경쟁력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는 주목할 만하다. 전문직 드라마의 함정은 여전히 건재한 것인지 또 한 편의 전문직 드라마가 시험대에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