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日드라마·만화 차용’ 언제까지
신진작가 육성 부족탓 창작 보단 ‘잘된 원작’ 찾기 혈안
문화 콘텐츠 日流에 잠식 우려…창의적 작품 발굴해야
하얀거탑백색의 탑베토벤 바이러스
上=하얀거탑과 백색의 탑, 下=베토벤 바이러스와 노다메 칸타빌레
최근 지상파 3사의 TV드라마가 불꽃 튀는 대결구도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미 방송을 시작했거나 제작중인 몇몇 드라마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우선 순수 창작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나아가 일본의 인기만화와 드라마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유독 많다. 한마디로 창의적 작품을 찾기 힘들다.
MBC 수목극 ‘베토벤 바이러스’는 무엇인가 모자란 사람들이 모인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이야기다. 제목도,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르지만 일본 인기만화이자 드라마인 ‘노다메 칸타빌레’가 딱 떠오른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지휘자 강마에 역을 맡은 김명민은 ‘노다메 칸타빌레’와 비교를 거부했지만 닮은꼴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노다메 칸타빌레’가 음악학교의 엘리트들이 아닌 실력이 조금 떨어진 인물들이 모였듯 ‘베토벤 바이러스’의 인물 구성도 이와 흡사하다. 또 ‘노다메’에 세계적인 지휘자 슈트제레만이 괴짜인 것처럼 ‘베토벤’의 강마에도 속을 짐작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도 그렇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난관을 이겨내고 성공적인 연주를 한다는 기본적인 스토리의 유사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은 배용준이 출연하고, 그의 소속사에서 제작을 맡았다. 또 국내 최초 와인드라마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떼루아’도 맥이 닿아 있다. 근래 들어 국내에 와인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지지만 왠지 꺼림칙하다.
배용준이 왜 하필 ‘신의 물방울’을 택했을까?. 주타깃 시장인 일본에서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라고 얘기한다면 할말이 없다. 그러나 상업성 이전에 고려해야 할 점이 있지 않았을까. ‘떼루와’ 역시 한국의 전통주와 프랑스 와인을 둘러싼 갈등과 화해, 로맨스를 조명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와인이 아닌 한국의 전통주에 포커스를 맞춰 ‘식객’과 같은 작품을 기획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일본의 콘텐츠들이 한국드라마에 차용된 사례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대표적으로 2003년 방송됐던 SBS ‘요조숙녀’는 2000년 일본에서 방송됐던 ‘야마토 나데시코’를 그대로 가져왔고, 지난해 초 인기리에 방송됐던 ‘하얀 거탑’은 일본 드라마 ‘백색의 탑’이 원작이다. 이 외에도 많은 국내 드라마와 영화들이 일본의 만화와 드라마,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고 있다.
이렇듯 한국 문화콘텐츠가 일본에 의지하게 된 이유로는 신진 작가의 부재로 인한 참신한 아이디어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신토불이’ ‘우리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까지는 거창하다. 다만 좀더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