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개그맨 설움’ 실제 에피소드
처절한 리얼리티 개그 ‘가슴 찡~’
‘리얼리티’는 최근 그 기세가 한층 꺾이긴 했으나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의 여전한 대세다. 리얼리티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가장 먼저 수혈돼 프로그램의 판도를 바꿨다. 가장 먼저 ‘리얼’을 내세운 MBC ‘무한도전’은 토요일 저녁의 왕좌를 지키고 있으며, 뒤따라 시작된 KBS2 ‘1박2일’과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도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SBS도 비슷한 컨셉트의 ‘라인업’이 종영한 후 유재석, 이효리, 김수로를 앞세운 시골생활 버라이어티 ‘패밀리가 떴다’를 준비한다.
![[TView]개콘 새코너 ‘희망 프로젝트’](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5/26/20080527.02500102000004.01M.jpg)
공개 방청 프로그램도 뒤이어 ‘리얼’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KBS2 ‘개그콘서트’ 11일 방송분에 처음 등장한 ‘희망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여태껏 공개 개그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는 애드리브나 ‘마빡이’식의 즉석상황 몸개그가 전부였으나 ‘희망 프로젝트’의 출발지점은 다르다.
‘희망 프로젝트’는 ‘쉬고 있는 개그맨에게 희망을’이라는 모토로 출발했다. 권재관, 이원구, 박나래 등 세 명의 개그맨이 “우리도 좀 먹고 살자, 핸드폰 요금을 내자, 마을버스 카드를 충전하자”는 서글픈(?) 구호를 외치며 등장한다. 이중 권재관과 이원구는 데뷔 후 이렇다 할 대사를 소화하지 못한 무명 개그맨이고, 박나래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다가 성형수술을 통해 다른 얼굴로 거듭나 화제가 된 인물이다. 이들은 실제 자신이 겪었던 무명의 설움을 이야기하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측은함이 반반 섞인 반응을 얻어낸다.
이 코너의 백미는 ‘육봉달’ 개그맨 박휘순의 등장이다. 박휘순은 “소속사에서 연기자가 어울린다며 영화 ‘챔피언 마빡이’에 출연시켰다” “무한도전에 섭외됐으나 어깨가 빠지는 증상으로 ‘레슬링 특집’에 출연하지 못했다”는 등 자전적인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마침 들리는 슬픈 바이올린의 선율도 이 이상한(?) 개그의 분위기를 북돋운다.
개그맨들의 열악한 처우는 한두 해 거론됐던 이야기는 아니다. 이러한 상황이 드디어 개그의 소재가 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시작됐다. ‘희망 프로젝트’는 한편으로 개그맨들의 에피소드에 웃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왠지 찡해지는 새로운 개그 스타일을 제시한 작품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