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환경 변화따라 사회적 책임 ↑
술자리 뒷담화 같은 경박함 피해야
연예인들의 말은 방송에 의해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다. 방송이라는 매체에 의지한 바 크기에 그 대상은 연예인은 물론 방송인을 포괄한다. 이들의 발언이 지닌 영향력은 사회적 파문을 야기할 정도의 힘을 지녔다. 이런 이유로 연예·방송인들의 말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들의 말이 때론 반향을 일으키고, 때론 반발을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TView]연예인의 입](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7/13/20080714.02500102000003.01L.jpg)
최근 촛불집회를 둘러싼 정선희의 발언은 그녀의 방송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촛불집회 참여자와 맨홀 뚜껑 절도자를 빗댄 발언이 청취자는 물론 적지 않은 국민들의 공분을 산 탓이다. 그러나 그 발언은 단초였을 뿐, 이전에도 그 사건과 관련한 발언을 방송을 통해 심심치 않게 해왔고, 그것이 결국 ‘사달’을 만든 셈이다.
아나운서 황정민 역시 촛불집회와 관련한 발언으로 치도곤을 치렀다. 방송을 듣는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미선·효선양 사건을 항의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시위에 대해 “부끄럽다”고 말한 것은 그녀가 지닌 정치적인 편향성을 드러낸 예다. 그 정치적 편향성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실수는 예민한 정치적 사안에서만 불거지지 않았다. 모유와 관련한 발언에선 “아빠와 같이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겠다”라는 발언으로 듣는 사람들을 낯뜨겁게 만들었다. 한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에는 웃음보가 터져 시청자를 당황스럽게 한 적도 있다.
연예인들의 발언이 설화로 비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여년 전 한 중견 개그맨은 특정 정당을 빗대어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당”이라고 말해 사람들의 입에 회자됐다.
혹자는 그저 스쳐지나가면 끝일 수 있는 일에 시청자와 청취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 말한다.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들의 말 실수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이 또 다른 폭력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방송이 지닌 불특정 다수에 대한 영향력을, 방송에 기댄 사람들이 너무 간과하는 것은 아닐지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는 있다. 그들의 발언 후 생각할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그들의 발언을 들춰내는 이유는 흥분보다는 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충심을 전하기 위해서다.
연예·방송인들은 과거처럼 주어진 캐릭터에 의해 행동하고 말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스스로 방송주체가 되고 있다. 그만큼 발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더 커졌다. 적어도 그들이라면, 적어도 시청자와 청취자들이 부여한 그들의 사회적 지위라면 술자리 뒷담화 같은 경박함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