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의 한장면
쪽 대본, 생방송식 촬영과 편집 때문에 드라마 현장이 울상을 짓고 있다.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극본 이은영·연출 장태유)의 출연자들은 13회 대본을 6일 오후 늦게서야 받아볼 수 있었다. 야외 촬영이 많은 사극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보통 방송 2~3주 전에 대본이 나와야 하지만 방송 수일 전에야 e메일을 통해 받아보는 것. 대본을 연구하고 동료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춰 볼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SBS 드라마 ‘타짜’(극본 설준석 외·연출 강신효 외)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늦은 대본으로 촬영이 바쁘게 진행되다보니 촬영팀을 A, B, C 3팀으로 늘렸다. KBS2 일일드라마 ‘너는 내운명’ 역시 대본이 늦어 출연자들이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많은 드라마들이 그날 대본을 받아 그날 촬영하고 편집하는 ‘생방송’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작가의 창작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우들이 대본을 미리 받아볼 수가 없으니 캐릭터 분석을 할 수 없고 대사 외우기도 급하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물론 드라마의 완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견배우 이순재는 “쪽대본 환경 속에서는 중견 연기자도 버티기 힘든데 어떻게 신인들이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겠냐”고 쓴소리를 한 것은 한국 드라마 현실을 제대로 꼬집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희경 작가는 KBS2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극본 노희경·연출 표민수) 16회분을 이미 완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덕분에 촬영 현장이 여유롭게 진행되고 있다. 배우들이 캐릭터 연구에 힘을 쏟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인기를 모으고 있는 MBC ‘베토벤 바이러스’(극본 홍진아 홍자람·연출 이재규)도 비교적 여유있는 대본으로 알려져있다.
노희경 작가뿐 아니라 숱한 화제를 모으며 최근 종영한 KBS2 ‘엄마가 뿔났다’의 김수현 작가도 쪽 대본이 없는 작가들로 유명하다. 이 작가들의 작품들이 항상 화제를 몰고 온 것이 우연으로만 보이지는 않는 이유다.
